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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깊은 슬픔, 신경숙 1994

이니그마7 2020. 3. 21. 02:10

0.<깊은 슬픔> 신경숙, 1994


1. 교과서나 모의고사 고빈도 출제작 '외딴 방', 한 때 엄청난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 의 작가 신경숙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이미 발췌본으로 접한 그녀의 난해한 문체(왜인지 소개글이나 추천글에서는 '아득한' 문체라고 애써 포장하고 있지만)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으나 내 오래된 위시리스트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기도 했고 가을 맞이 책 한 권이 왠지 그리워져서(방학 때 피치못할 일들로 책을 읽지 못했다) 시험기간에 구매. 근 사흘 간 500쪽 분량의 장편을 완독했다.


2.예상했던 것처럼 신경숙의 글은 난해했다. 시점이 문장을 건너뛰며 쉴 새 없이 오고가고, 문장은 두서없고 정말 '아득' 하다. 그럼에도 그녀만의 방식이 조금 익숙해지면서부터는 내용이 확 와닿기 시작하는건, 어쩌면 소재 자체가 너무 그 나이에 익숙한 그것 이어서 그런건지 사실 그녀의 그 '아득함' 이 대중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3.프롤로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에필로그로 구성된 소설의 뼈대 속 주인공은 셋,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셋. 은서에게 완은 그리고 세는, 은서에게 이수는 그리고 화연은.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의 일.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결국 사랑이고, 사랑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불행이고, 불행은 견딤이고. 그리고 그 견딤을 놓아버림으로써 불행해지고.


4.개정판 속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는 수많은 '너' 들에 대한 그 열정이 작품을 다시 마주하면서 살아나는 것이 두렵다 고백한다. 조금은 시간이 지난 자들에게 기억이란 그런 것일까. 작품 속 '기억이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기억을 다시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모습이 결국 실제로도 그런 것일까. 사람에 대한 기억, 그 깊은 슬픔으로 인한 '나'의 파괴라는 것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꽉 막힌 듯 먹먹한 건 사람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 깊은 무엇 때문인 것인가. 아직 어린 나이다. 슬퍼하기에는, 인생에 아직은 욕심부리고 싶은.


5.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p.581)

 

201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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