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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버렸네.
소화기 블록의 압박감에서 기시한 뭔가 다급한 마음도 있었겠지만서도 당황스러울 만큼 빠르고 편하게 읽힌 책. 책장을 덮었을 때 어떻게든 강렬한 심상이 남는 책이 있는가 하면(가령 설국의 새하얀 이미지)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말 그대로 투명한) 책이 있는데, 이번 것은 아마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문단문단은 간결하고 또 표현은 장황하되 끊김이 없으며,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그만큼 넓게 관찰되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유기적이지 않은 것이 어딘가의 평에서 말했듯 쿤데라의 그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꽤 부담스러울 수 있는 내용임에도 마음이 편안한 이유가 내가 아직 어려서인지 아니면 정말 나도 다 성장해 버려서인지, 아니면 나도 어느 시점 이후로 감옥에 들어가 버렸기에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인생은 정말 농담같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것이니까.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쓰질 못하겠다. 글보다는 두서없이 지껄일 수 있는 말이 더 편해졌고, 우연처럼 다가올 당장의 성적과 곧 닥칠 내 진로의 결정들이 더 무겁다. 참을 수 없을만큼 가볍다.
201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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